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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모자 비극 누가 초래했나... '부양의무자 기준'에 숨막힌 참극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468
2020-12-21 17:06:32

방배동 모자 비극 누가 초래했나... '부양의무자 기준'에 숨막힌 참극

35살 발달장애인 아들, 엄마 시신 7개월동안 이불에 꽁꽁싸매
결국 지하철역 노숙하며 지내다 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밝혀져
주거급여 25만원이 전부, 연락안되는 전남편이 부양의무자... 의료급여 못 받아
집에는 체납 딱지, 주민센터는 택배로 마스크만... "정부의 무관심이 초래한 일"


노숙 중이던 최 씨가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내밀었던 쪽지. (MBC뉴스 캡쳐화면)
 
"엄마가 안 움직여요... 그런데 왜 엄마 몸에서 애벌레가 나와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벌어진 발달장애인 모자의 비극이 알려지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12월 초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던 35살 발달장애인 최 모씨를 만난 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동작구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최 씨는 사회복지사에게 "우리 엄마는 5월 3일의(에) 돌아가셨어요. 도와주세요"라며 쪽지를 내밀었다. 사회복지사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최 씨가 "우리 엄마가요. 휴대폰으로 글자를 읽고 있다가요. '내 팔이 안 움직여' 이러고 쓰러졌어요"라며 쓰러지는 시늉을 하며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사회복지사는 경찰과 함께 최 씨의 집에 찾아갔고, 그 곳에서는 이불로 꽁꽁싸매진 어머니 김 씨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김 씨의 시신이 방치된 지 무려 7개월이 지난 후였다.

시신은 군데군데 뼈가 드러났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발달장애가 있는 최 씨는 어머니의 주검 옆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점점 먹을 게 떨어지고 전기마저 끊겨 길거리에 나오게 된 최 씨는 지하철역을 전전하며 노숙과 구걸로 삶을 이어갔다.

방배동 모자는 재건축을 앞둔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숨진 김 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10년 넘게 해당 집에서 거주하며 발달장애인 아들을 홀로 키워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25일 빈곤사회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외치고 있다
김 씨 모자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매달 25만원 가량의 주거 급여를 받는 기초생활 수급자였다. 의료급여 수급은 '부양의무자 기준'에 막혀 받지 못했다. 오래 전 이혼해 연락이 닿지않는 전 남편(부양의무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 씨는 시신방치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장애등록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등록을 위해서는 정밀검사와 6개월 간의 치료가 필요한데, 기초생활수급자가 감당하기에는 큰 금액이었을 것이라는 사회복지사의 추측이었다.

두 모자의 비극을 초래한 원인에는 정부의 '무관심'도 한 몫을 했다. 경찰이 방문했을 당시 집안 곳곳에 체납을 의미하는 빨간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져있었지만, 주민센터조차 두 모자의 생계난을 살펴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보험료와 수도세, 전기요금이 체납되는 취약가구를 지자체에 통보하지만, 김 씨 모자는 2018년부터 이미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최 씨가 평소 집 밖에 잘 나오지 않았고 이웃과의 왕래가 없었다는 점, 주민센터에서 코로나19 방역 물품으로 보내는 마스크마저 택배로 부쳐졌기에 김 씨 가정을 돌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지난 8월 1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세종정부청사 앞에 모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최 씨가 밖으로 나오지않았다면 알려지지 못했을 참극에 사회단체들은 공분하며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을 지키지못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찾아가는 동 복지센터' 역시 전혀 작동되지않았다고 비판했다.

부모연대는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눈물을 흘리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추정되는 4만5천명의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꼬집었다.

지난 3월과 6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과, 지난 8월, 9월, 10월 연이은 발달장애인 추락사건까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은 끝나지않고 있다.

빈곤사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도 16일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정부는 방배동 가족의 죽음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서초구는 2인 가구 수급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해결책이 아닌 사회적 질타를 우회하기 위한 대책에 불과할 뿐"이라며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인천 일가족의 죽음 사건 이후에도 사각지대를 조사하겠다는 대책이 발표됐지만, 정작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발굴되는 위기가정 중 공적지원으로 연결되는 가구는 10%도 되지않는다. 발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발굴해도 지원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기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비극"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빈곤사회연대와 전장연 측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며 오는 18일 청와대 앞에서 이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것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