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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겐 닫힌 관광지? 열린 관광지의 실상은...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98
2020-12-11 09:12:32

장애인에겐 닫힌 관광지? 열린 관광지의 실상은...

울퉁불퉁 박석 때문에 휠체어 접근은 꿈도 못 꿔... 내부 개방해도 턱, 계단 많아 밖에서 구경만
편의시설 설치하면 문화재 훼손된다? 일본 슈라성ㆍ스페인 아빌라 좋은 사례로 손꼽혀
어디가 언덕이고 평지인지 알 수 없어... 관광 어플과 리플렛에 픽토그램ㆍ점자 삽입해야
단체관광시 동선 달라져 떨어져 다니는 건 부지기수... 문화재 종사자들 인식개선 필요


 8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문화재,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 접근성 우수 사례로 꼽히는 대구 근대문화골목의 계산예가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는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의 모습
장애인의 문화재 접근성은 여전히 적신호로 나타났다. 무장애 관광지로 나아가기 위한 ‘문화재’ 분야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8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접근성 현실,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2009년 유네스코에 등록된 조선왕릉은 서울 6곳, 경기도 13곳, 강원 영월 1곳을 포함해 총 20곳이다. 국가문화재로서 그 위엄을 뽐내고 있지만 여전히 물리적 접근성은 개선되지않고 있다.
발제를 맡은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정비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흙길과 언덕길이 보행 약자의 문화재 접근성을 방해하고, 릉을 찾는 관람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조선왕릉의 경우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이기 때문에 편의시설이 마련되어있지만, 정작 이용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좁은 화장실 안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려다보니 휠체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거나, 시설물을 잘못된 위치에 설치해서 변기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수유실은 턱이 있어 내부로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수유 집기들도 많다.

이중, 삼중고를 겪으며 문화재 근처까지 와도 문제는 발생한다. 과거 왕과 제사장이 제사를 지냈던 재실의 경우 입구인 대문에만 경사로가 있고, 마당까지만 들어갈 수 있어 전각 근처로는 접근이 불가하다. 정자각 또한 릉 앞에 있는 건축물로서 조선왕릉 20곳 중 모든 면에서 접근이 가능한 곳은 구리 동구릉 중 '수릉'이 유일했다.


(왼쪽) 조선왕릉의 경우 대다수의 보행로가 정비되지않은 흙길로 되어있어 휠체어 장애인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른쪽)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공간이 좁아 변기에 접근이 안되거나 휠체어가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 멀리서 지켜만 봐야하는 '궁'의 아름다움... 울퉁불퉁 박석, 한국의 美(미)이니 불편은 감수해야...?

조선 왕릉 6곳 중 4대 왕릉에 속하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은 많은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그러나 궁궐 보행로에 깔려있는 '박석'(화강암을 거칠게 떼어내어 대궐이나 왕릉 등의 흙길에 깐 돌판)때문에 정작 장애인 관광객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때문에 문화재인 돌길을 훼손할 수는 없지만, 보행 약자가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윤선 대표는 바닥에 야자 매트를 깔거나 여러 방법을 동원해 훼손을 방지하고 장애인도 다닐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과거 왕이 집무를 보았던 정전도 관광객이 직접 들어와서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있지만, 보행약자는 내부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회루도 현재 상시 개방하면서 관광객이 전각에서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이 또한 보행약자는 즐길 수가 없다.

윤삼호 장애인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소장은 문화재 특성상 어느정도의 불편함은 용인할 수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전윤선 대표가 지적했던 고궁과 능의 사례를 들어, 능의 봉분은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고궁에 깔려있는 박석 위에 야자매트를 덮어 접근성을 보강하자는 제안은 문화재의 고유성을 침범할 수 있기에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소장은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비오는 날 빗물이 박석 사이로 흐르는 장면이라고 할 정도로, 박석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울퉁불퉁한데다 골까지 패여 있어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유아차나 인라인 스케이트 사용자,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이지만, 이 정도 불편함은 용인해야하지않을까. 자원봉사자 등의 인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도민촉진단 명예단장 조봉현 활동가는 윤 소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조봉현 활동가는 "인적서비스로 대체하라고 대안을 제시하셨는데, 전윤선 대표가 말한 것은 궁궐 마당에 전체에 야자매트를 덮자는 것이 아니라, 일부 통행로 구간만 덮자는 이야기"라며, "요즘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많아서 사람이 밀어주는 것은 의미가 없고, 수동휠체어의 경우 아무리 밀어줘도 박석 위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휠체어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세워야한다"라고 꼬집었다.

이봉구 동의대학교 교수 또한 문화재 보존보다 관광약자의 권리 보장에 힘을 실었다. 이봉구 교수는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문화재의 가치를 모두 훼손한다는 식의 논리는 헌법에 위배된다"라고 말했다. 모든 국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규정한 헌법 11조의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함'을 명시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와 명백히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 교수는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열린관광지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개최된 열린관광지 중 한 곳으로 지정된 한옥체험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있지 않아 휠체어 사용자들이 한옥체험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관리자에게 토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문화재 훼손은 안된다는 식의 논리뿐이었다. 우리 사회에 '보수적 보호·보전주의'가 얼마나 만연해있는지 실감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정부혁신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궁ㆍ능 유니버설디자인의 무장애 공간 조성을 위해 세부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문화재 접근성 개선정비(경사로, 리프트 등) ▲안내체계 개선(유니버설 안내판교체 등)

▲관람 보조시설 설치(문화재 모형 등)등을 진행하고 2026년까지 매년 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도 밝혔다.

또한 2020년 이내에 문화유적 무장애공간의 전국 확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문화재 특수성(보호·보존)을 반영한 무장애공간 조성의 보편적 법적 기준 마련과 「문화재 주변 시설물 등 공공디자인 지침」을 개정할 계획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문화재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궁·능 이외의 다른 문화재 유형에도 접근성 향상 사업을 확대해야하고, 예산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관광약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문화재의 보존·보호와 상충되지않는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본 슈라성ㆍ오사카성, 스페인 도시 아빌라(Avila) 사례 칭찬해... 문화재와 편의시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있어

노태형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직업재활팀 팀장은 실제 경험담을 토로하며 관광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약 2년 전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비장애인 위주의 관람환경에 혼자만의 아픔만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노태형 팀장은 "감옥이 있는 건물은 계단으로 되어있어서 내부를 전혀 볼 수 없었고, 같이 갔던 일행들이 찍어온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했다. 그래도 관련 기념관은 리프트로 접근이 가능하다고 해서 어느 정도 기대감을 안고 갔는데 리프트마저도 배터리가 방전되어 공중에 10분이나 넘게 멈추어있는 광경을 연출해야만 했다. 게다가 기념관 내부 진입로 역시 계단으로 되어있어 황당함의 연속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태형 팀장은 2013년 국제교류 업무차 일본에 갔을 때, 일본 고궁의 우수한 편의시설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씨는 "그냥 밖에서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만 오겠지라고 했던 생각이 무색할만큼 완만한 목재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고궁 내부의 불상까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경사로를 별도로 설치하면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겠냐는 걱정이 앞설 수 있겠지만, 일본의 경사로는 마치 고궁과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느낄만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라며 칭찬했다.

실제 세계문화유산인 일본의 슈라성은 성 전각 내부에 접근이 가능한 리프트와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편의 시설을 섬세하게 보완해놨고, 보장구를 사용하는 관광약자가 소외되지않도록 예방하고 있다. 오사카성은 꼭대기까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어 누구나 편하게 관람이 가능하다.

 

일본의 슈라성 내부 모습. 성 전각 내부에 접근이 가능한 리프트와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편의 시설을 섬세하게 보완했다
 
전윤선 대표 또한 관광지에서 겪어야했던 황당했던 경험담을 토로했다. 전 대표는 "궁이나 능을 관광할 때 문화해설을 신청하면 다른 관광객과 함께 돌아다니게 된다. 그런데 휠체어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기때문에 돌아서 가면 어느새 무리에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로 생긴다.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한 채 길을 잃는 건 부지기수다"라고 말했다.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정보 및 서비스 접근성도 문제가 많다. 무장애관광 어플의 경우 서울시는 꾸준히 업데이트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 어플은 개별적인 안내만 있을 뿐 접근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누락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궁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장애인은 소외될 때가 많다. 경복궁에서 진행하는 수랏간 시식공감의 경우 문화재 특성상 내부에서 좌식 형태로 먹게 되어있다. 휠체어 장애인과 노인 등 보장구 사용자가 신청시 미리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랐다.


경복궁에서 진행하는 '수랏간 시식공감' 체험 프로그램의 모습. 좌식으로 진행하여 휠체어 장애인과 노인 등 보장구 사용자는 참여가 어려운 모습이다
 
문화재 정보를 알려주는 리플렛과 지도, 안내판 등도 현장에서는 보행로가 평지인지 언덕인지 안내가 없어 막상 갔을 때 되돌아와야했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리플렛 지도에 픽토그램을 삽입하는 것과 점자 리플렛, 안내 지도 등 다양한 안내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무장애 관광지에서 일하는 문화재 관리 인력 및 해설사, 문화재 위원, 문화재청 공무원 등 종사자들의 인식개선도 동반되어야한다는 의견도 강조됐다.

이봉구 교수와 윤삼호 소장은 스페인의 도시 아빌라(Avila)를 본보기로 추천했다. 문화재의 고유성과 관광약자의 접근성을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사례로, 아빌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전체가 성곽으로 둘러쌓여있는 작은 도시다. 중세에 건설된 터라 접근성이 매우 취약함에도 2000년 초부터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공공 및 민간 기관이 협력하여 도시의 접근성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또한 1995년 제정한 문화유산법 11조 1항에 "문화유적 관리자들은 모든 의사결정에 이동성에 제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고려해야함"을 명시하고 있고, 유럽의 11개국 단체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 관련 우수 실무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마련해 공유한 바 있다.

 

장애인 접근성 우수 사례로 꼽히는 대구 근대문화골목 이상화 고택
한편, 패널들은 우수 관광지로 대구 중구 근대문화골목의 이상화ㆍ고상돈 고택과 계산예가를 꼽았다. 한옥 형태의 체험관으로 일부 댓돌과 계단이 있는 부분은 관람이 어렵지만, 장애인 리프트가 한옥 마루 높이까지 올라가 체험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동선을 이어주고 있다. 중구 열린관광지에 대한 점자형 안내 책자도 제공하고, 휠체어와 유모차, 비상 구급약 등도 비치되어있다.

일부 통신사에서 가상현실(VR)을 통해 모바일로 관광지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패널들은 기술 발전보다 접근성을 높여 대면 관광비율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가 가진 가치를 모두가 동등하게 느끼고 공감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