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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국 속 장애인권, 더 이상 유보될 수 없다!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106
2020-12-11 09:02:30

코로나19 시국 속 장애인권, 더 이상 유보될 수 없다!

'세계 장애인의 날' 맞아 선택의정서 비준 촉구… 릴레이 기자회견 개최
장애인 확진자 등 데이터 없다던 복지부… 한국 장애인확진자 1,299명으로 드러나
최혜영 의원, '탈시설관련법' 발의 예고… 21대 국회서 만들어낼 것
장혜영 의원, 65세 이상 활동지원 이뤄냈지만… 24시간 보장, 자가격리 긴급 활동지원은 누락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한국장애포럼 외 7개 장애단체가 주관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계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며 국회 앞으로 나섰다. 이 날 한국장애포럼 외 7개 장애단체가 주관한 릴레이 기자회견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자리해 발언했다.

칼바람과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무릅쓴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권은 유보될 수 없다"고 외치며 △긴급 탈시설 △성인 장애인 교육권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권 △이동권의 보장을 촉구했다.

■ 선택의정서 비준, 유엔 직접조사 두려워 미루나… "국제 장애인권 기준 따라잡아야"
 
우리나라는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이후, 12년 동안 선택의정서 비준을 미루고 있다. 장애계는 올해 국제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계에 비준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선택의정서는 차별 사례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진정제도', 당사국이 중대하고 조직적으로 협약을 위반한 경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직권조사제도'를 보장한다.

장애계가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주된 이유는 개인진정제도 때문이다.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권리구제 절차의 효용성을 운운하며 비준을 미루고 있다. 개인진정은 국내 구제절차를 모두 소진한 이후 제기할 수 있어, 국내 사법체제의 흠을 국제 사회에 공공연히 드러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술 한국장애포럼 상임대표는 "유엔이 직접 조사에 나선다는 점에 우리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후진국처럼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가 국제 기준에 맞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시설을 양산해 장애인을 가두어놓고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조만간 '탈시설 관련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역사회에서 나고 자라는 것은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그것이 장애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라며 법안 준비 배경을 밝혔다. 이어 "저 혼자는 절대 하지 못하는 일이다. 꼭 21대 국회에서 탈시설법 통과될 수 있도록 많은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코호트 격리는 인권 말살"… 단기 탈시설할 수 있도록 인·물적 지원 보장해야
 

장애인과 노인 등이 머무는 집단거주·의료시설에서의 집단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간호사 등 100명 이상이 감염,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시설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지난달 12일 속초 요양병원 격리병동에서도 환자와 요양보호사 등이 줄줄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국제장기돌봄정책네트워크가 26개국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 결과, 코로나19 사망자 중 집단시설 거주자가 약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8월, CRPD 23차 세션에서 명확한 탈시설 지침을 제공해 전세계적으로 탈시설을 촉진하기로 결의했다.

국내외 장애계는 각국 정부에 △긴급 탈시설 정책 즉각 수립 △시설 신규 입소 금지 △시설 양산 정책 중단 △당사자 중심의 긴급 탈시설 전략 이행 △시설 인권 모니터링 △대중·공무원·정치인·언론 등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인식개선 교육 이행 등을 강력히 촉구해오고 있다.

긴급탈시설이란 집단 감염과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은 시설 거주 장애인의 단기 탈시설을 뜻한다. 이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물적, 인적 자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어제 열린 제13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 회의 사이드이벤트에서 한국의 장애인 확진자가 지난 9월 기준, 1천2백99명이라고 발표됐다. 그동안 정부는 데이터가 없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는데 결국 그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 정보를 분석하고 공개해서 대책으로 만들어내지 않았는지 의문을 거둘 수 없다"며 장애계와의 소통을 회피하며 대책마련을 미루는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외부인 접촉, 면회, 외출이 다 금지되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조치'가 과연 인권에 기초한 방역대책인가"라며 거듭 비판했다.

장혜영 의원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개정안이 통과됐다. 만 65세 연령제한 조항이 폐지된 것은 반갑지만 그 안에 더 많은 내용이 있었다. 탈시설을 위해 필요한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내용이 누락됐고, 기존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자가격리 시 긴급 활동지원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빠졌다"며 "이게 대한민국 장애인이 처한 현실이다. 21대 국회 모든 의원님께 이제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할 때가 지나고도 지났다고 간곡히 요청드리고 싶다"고 발언했다.

■차별에 가로막힌 장애인 교육권… 중졸 이하 장애인, 비장애인보다 4.5배 많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4조는 당사국에 대해, 장애인이 일반적인 고등교육, 직업훈련, 성인교육 및 평생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편의를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중졸 이하인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54.4%에 달해 전체 국민 대상 통계보다 4.5배 이상, 대학 이상 학력자는 15.2%으로 전체 국민 대상 통계 수치의 절반 이하다.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0.2%로 조사돼 심각하게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장애인 교육에 대한 '제도적 차별' 때문이라고 정승원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장애대학생의 교육권은 수면 아래 있었던 문제였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다. 원격수업으로 접어들며 화면 자막을 요구해야 했고, 수업보조를 위한 근로장학생도 지원되지 않는 학교가 많았다. 장애학생에 대한 책임은 장애학생지원센터만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했다"라며 경험에 대해 전했다. 이어 "교육부를 만나 교내 배리어프리 척도를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논의 테이블에서 삭제됐다"며 장애대학생 교육권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그릇된 장애인식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은 성인장애인의 평생교육권까지 가로막고 있었다.

배미영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서울지부장은 "장애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며 어느 지역 주민들이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센터를 지역에서 퇴출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센터 종사자들이 가만 살펴보자 장애인보다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이 목격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발달장애인들도 마스크를 써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면 누구보다 마스크 착용을 잘한다. 야학에 오는 발달장애인 분들도 마스크 착용 교육을 충분히 한 뒤로는 식사 시간에 마스크를 벗는 순간부터 말을 한마디도 안 한다. 이는 학교에 나오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장애계 호평… 전국으로 확대해야

비경제활동인구란 노동 능력이 없거나 노동 능력이 있음에도 의사가 없는 사람이다. 중증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는 10명 중 7.8명으로 비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가 10명 중 3.6명인 것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 격차가 과연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에게 노동할 '능력'과 '의사'가 없기 때문에 발생했을까?

2019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비경제활동인구 38.5%가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같은 통계에서 실제로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를 든 비율이 69.2%에 달했다. 결국 이 또한 장애인에게 적절한 직무, 편의가 제공되지 않아 생기는 사회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이에 장애계는 서울시의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높이 평가하며,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 권리옹호 활동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장애인식개선·인권강사 활동 총 3개 직무를 개발해 최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보건복지부도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운영하며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주고 입으라고 하니 어떻게 만족도가 높을 수가 있겠나. 장애인들이 원하는 일자리, 최중증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교통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 "교통약자법 개정해달라"

국토교통부는 2018년 '함께 누리는 교통, 누구나 편리한 교통'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장애단체와 함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정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에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확충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및 활성화 △바우처 택시 등 다양한 이동지원수단 확충 △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저상버스 도입 △농어촌버스 및 마을버스에 적합한 중형 저상버스 도입 등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평균 26.5%로 목표한 30%에 미달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편차가 심각해 지역간 이동권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도 20%를 밑돌았다. 인천광역시의 도입률은 19.3%, 울산광역시는 12.4%였다. 도입률이 가장 저조한 지자체는 충청남도(10%)다.
국토교통부의 지지부진한 정책 추진에 장애계는 끊임없이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에 특별교통수단 운영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해결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국회와 정부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표는 "교통이 중요한 이유는 건강, 생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이라도 가야 하는데 여태껏 맘 놓고 치료 받으러 가본 적이 없다"면서 "정부는 큰 틀로 법만 만들어놓고 있을 뿐 정작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책임지지 않는다. 협약 비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선택의정서 채택을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