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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건 오히려 영웅이었다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355
2020-03-12 09:31:20

위로가 필요한 건 오히려 영웅이었다


영화 스트롱거 ‘영웅, 삶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3-11 08:59:13


영화 스트롱거 포스터 ⓒ네이버영화   

  영화 스트롱거 포스터 ⓒ네이버영화

영웅.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강인한 정신력과 투철한 의지, 뒤로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는 불사신 같은 존재.

영웅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그 모습은 번쩍이는 번개처럼 날카로운 지혜로 세상을 구했다.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의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그 용감함은 오래도록 이름이 남는다. 사람들은 영웅을 삶의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 희망의 존재로 가슴에 새긴다.

영화 스트롱거는 국민들이 영웅으로 칭송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발 사고에 있었던 일이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1897년에 처음 시작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세계적인 대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47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고 1950년 54회 대회에서는 1, 2, 3위를 전부 차지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는 나이, 공인 대회 완주기록 그리고 3시간 이내 기록 보유자 등 참가제한이 있어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선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긴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발 사고는 밥솥폭탄 테러 사건으로 알려졌다. 3명의 사망자와 260명의 부상자를 낸 끔찍한 사고다.

테러는 무방비의 불특정 다수를 희생자로 삼기 때문에 결과는 매우 참혹하다. 테러의 이유는 보복이라는 이름으로 지극히 비논리적이고 잔인하고 이기적이다.

제프는 마트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청년이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응원을 할 정도로 레드삭스 야구팀의 골수팬이다. 그에게는 만났다 헤어지길 반복하는 전 여자친구 에린이 있다. 헤어진걸 아쉬워하던 때 그녀가 마라톤대회에 나간다는걸 알게 됐다. 그녀의 마음을 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 그는 응원하는 카드를 직접 만들어 골인 지점에서 기다렸다. 북적북적 응원하는 사람들 틈속에 막바지 힘을 쓰고 있는 선수들이 보인다. 전문 선수들은 이미 들어왔고 일반인 참가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쾅-
강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뒤덮였다. 현장은 폭격당한 전쟁터 같았다.
비명 소리, 사이렌 소리, 다급한 발자국 소리, 신음소리, 절규하는 소리들-
현장을 보도하는 화면에 피투성이가 된 제프가 비춰진다.

응급실에서 제프의 보호자를 찾는다. 엄마는 제프가 살아있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쉬기도 전에 기막힌 결과를 들어야 했다.

영화 스트롱거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스트롱거 스틸컷 ⓒ네이버영화   

양쪽다리 무릎부터 너무 잘게 부서져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부상병처럼 처참했지만 의식을 회복한 제프는 담담했다. 테러범을 기억해냈고 제프의 증언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제프는 국민 영웅이 되었다.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았고 고통속에서도 테러범들을 잡을 수 있도록 증언을 한 사람으로, 강인한 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칭송되었다. 에린의 사랑도 얻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환호했다.

"스트롱거"

강인한 사람, 좌절을 모르는 사람, 테러에 굴하지 않는 사람, 장애를 이겨내는 사람! 여기저기 플래카드가 걸리고 전광판엔 그를 상징하는 스트롱거가 번쩍였다. 그가 나타나는 곳엔 언제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

영화 스트롱거 스틸컷 ⓒ네이버영화   

  영화 스트롱거 스틸컷 ⓒ네이버영화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던 레드삭스팀이 출전하는 경기에서 개회인사를 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이 외치는 "스트롱거" 함성을 듣고 두려움에 빠졌다. 폭발 사고 현장의 비명소리로 들리며 숨 막히는 공포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그를 "스트롱거"라 부르며 강한사람이길 원했지만 그는 편하지 않았다. 휠체어에서 변기로 옮겨 앉다가도 넘어지기 일쑤이고 잘린 다리는 통증이 계속됐다.

제프의 현실은 절단 장애인에 힘겨운 일상의 연속이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건 술에 취해 현실을 잊는 것 밖에 없었다. 매일 취해서 지냈다. 에린도 지쳐 떠났다.

그는 이 절망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만 칭했다. 영웅은 절단장애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나아가 주리라 여겼다. 슬픈 일을 당한 사람에게 괜찮아 넌 이겨낼 수 있어하며 어깨를 툭툭 치는 사람보단, 말없이 같이 울어주는 사람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미국사회 전체를, 그리고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테러사건을 자신의 불행보다 앞서 증언한 용감한 제프는 영웅이었다. 누구도, 어떤 장소도 안전할 수 없다고 느끼며 불안해할 때, 제프가 절단장애를 딛고 나아가는 모습은 위안이 되었다.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에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위로가 필요한 건 오히려 영웅이었다. 영웅에게도 슬퍼할 시간은 필요했고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고 마주할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 날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약속이 없었다면, 조금 늦게 거기에 도착했으면 비껴갔을지도 모를 어떤 일들로 삶이 바뀐 사람.

영웅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저마다 주연인 삶이라는 드라마에서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이든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삶을 이끄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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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박선희 (gangho93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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