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게시글 검색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기타리스트 김지희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343
2020-02-07 09:05:16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기타리스트 김지희


인큐베이터서 힘겨운 하루하루…힘들었던 성장 과정

정성하 영상 보며 놀라운 변화 시작, 진짜 행복 찾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2-06 14:16:47


기타리스트 김지희. ⓒ김지희  

  기타리스트 김지희. ⓒ김지희

 장애인예술계 행사에서 김지희의 기타 연주를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연주가 끝난 후 객석에 있는 사람들에게 밝은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친숙하다. 페이스북에 기타리스트 김지희의 활동이 꼼꼼히 올려지는데 거주지는 대전이지만 전국을 다니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지희 곁에는 항상 어머니가 있다. 이제는 모녀가 함께 무대에 올라서 장애 자녀와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며 장애인가족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김지희를 세상과 소통하는 기타리스트로 만든 과정을 어머니 이순도 님이 직접 쓴 수기로 소개한다.

어렵게 태어난 아기

전치태반 임신으로 인하여 다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매일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던 중 임신 7개월 반쯤에 양수가 터졌습니다. 산모와 아이 두 사람 모두 위급한 상황에 다행히 응급으로 수술을 하고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인큐베이터에서 22일을 지내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어 내는 딸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정말로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픈데 아프다고 슬프다고 제대로 표현 한번 못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매일매일 생사의 갈림길에 홀로 사투를 벌이며 인큐베이터 안에서 울기만 했던 정말 잃을 뻔한 우리 지희와 저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지 못하고 어렵고 힘들게 성장하는 과정 과정이 대소변 가림이나 걷는 것조차 또래 아이들보다 2~3년 뒤지는 아이였습니다. 말을 가르쳐 보려면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다른 데를 보아 말을 가르치기 너무 어려웠고 6살이 되어서야 엄마 아빠라는 말을 했습니다. 유치원에 가서도 아이들과 소통을 하지 못해 졸업하는 날까지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태반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초등학교는 장애인 학습 도움실이 있는 학교를 찾아 입학시키고 언어장애연구소를 3년 정도 보내며 어휘력 학습을 병행하였습니다. 어제와 오늘조차 구분하지 못하였던 아이였습니다. 집 앞 놀이터에도 혼자 못 가고, 학교에서는 말을 하지 않아 지희가 말을 한마디라도 하면 담임 선생님이 ‘김지희가 말했어요.’하고 신기해하였고,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해 수업시간이면 늘 그림만 그리던 외로운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도움실 선생님께서 지희의 그림을 보시고, 색칠이 선 밖으로 안 나가고 색감이 화려하고 예쁘다며 그림을 가르쳐 보라 권유하셔서 동네 미술학원에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미술학원을 다니는 동안 학원에 함께 다니는 초등학생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고개 숙인 채 2시간 동안 그림만 그리던, 사회성이 너무나 부족한 아이였습니다.

집 앞 100미터 이상은 혼자 나가길 너무나 두려워하여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집 앞에 초·중등학교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초등학교 졸업 후 상급학교 진학과 사회적응 훈련을 위하여 동사무소와 병원을 오가며 장애인등록을 위한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는데 발달장애 2급이 나왔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무언가 낙인 또는 각인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지희의 상태를 숫자로 분명하게 판정받고 나니 엄청난 충격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 한동안 이성을 잃은 채 눈물만 흘리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앞날이 막막했습니다.

엄마, 아니 장애아이를 둔 엄마이기에 강해지려고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아이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떠오르며,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항상 공부를 가르치려면 멍해지고 울기만 하던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홀로서기 훈련

고등학교 입학 후 25분 거리를 3년 동안 자가용을 태워 주지 않고 손에 핸드폰을 꼭 쥐여 주며 혼자 학교 다닐 수 있도록 매몰차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수상한 사람이 다가오면 어디든 들어가 엄마한테 전화하면 엄마가 데리러 가겠다고 안심시키며 마음으로는 항상 불안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자립심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 주었습니다.

다른 장애인 친구 엄마 말씀이 험한 세상에 지희를 혼자 학교에 보내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셨지만, 훈련 없이는 지희가 도저히 세상에 나서지 못할 것 같아 용기를 내었습니다.

차차 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며 엄마인 저의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져 이제는 버스를 타고 학원도 혼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 학교를 고집한 이유는 비장애인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한 가지라도 아이가 배울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과 아이들과 말을 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반신반의로 일반학교를 보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졸업 때까지 제가 바라는 기적은 일어나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고3 때 자기반 교실도 머뭇거리며 겨우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로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얼마나 학교생활에 주눅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그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학교라는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 주겠다고.

지희가 고등학교 졸업하기만을 바라면서, 지희가 졸업하면 저랑 매일 같이 여행 다니고 하고 싶은 것 다 해 주며 학교 다닐 때 받은 마음속 응어리와 스트레스를 다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기타리스트 김지희와 어머니. ⓒ김지희  

  기타리스트 김지희와 어머니. ⓒ김지희

  ‘엄마 나 이거 가르쳐줘’

그런 저의 소원이 현재 하나 하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타를 둘러메고 저와 신나게 전국 방방곡곡 연주 여행을 다니고 있으니까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혼자 그림만 그리는 지희가 안타까워 함께 놀 수 있게 기타 연주를 권유한 아빠덕에 즐거움을 배우기 시작했고, 천재 기타리스트 정성하의 영상을 보며 ‘엄마 나 이거 가르쳐 줘’라고 처음으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2012년 5월, 악보를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며 학원을 보냈는데 그러한 나의 걱정은 곧 가슴 벅찬 기대로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실력, 기타를 치며 행복해하는 지희의 모습, 놀라운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핑거스타일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뮤직캠프 오디션에 응시했는데 무사히 통과하여, 뮤직캠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재능기부로 아이들을 지도해 주러 오신 성신여대 이병우 교수님을 기타클래스 멘토로 만나면서 지희의 기적 같은 기타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2012년 10월 29일 TJB대전방송 주관 <전국장애 학생음악콩쿨>에 참가해 고등부 관현악 부문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사실 그때 관현악 부문에 기타 부문은 없었습니다. 지희의 무대를 만들어 기념하고 싶은 저의 간절함이 방송국 관계자분들의 마음을 움직여 지희가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저 지희가 무대에서 연주해 볼 기회만 있기를 바랐는데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2차, 3차 다양한 무대에서 지희가 연주를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욕심이었습니다. 떨리는 손, 불안한 시선, 끊기는 연주, 보통사람의 경우도 그렇지만 지희가 가진 장애는 낮은 사회성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지희와 저는 서대전 네거리 지하철역 카페 공원, 홍대 길거리 공연 등 무대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어디든지 기타를 들고 찾아다녔습니다. 장애를 극복하고 지희가 무대에서 많은 대중들 앞에서 자신감을 얻게 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대중 앞에 선다는 게 용기도 필요하고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힘든 나날들을 지희와 함께 기꺼이 감당하였더니 점차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지희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손가락에 무리가 와서 밤에 잠을 못자도록 아팠지만 문자, 유튜브, SNS 등으로 열심히 홍보했습니다.

기타리스트 김지희로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2014년 7월 음악의 힘으로 장애를 극복한 기타리스트 김지희가 ‘도전한국인상’을 수상했고, 2016년 2월 19일 최단기간 최다 공연으로 또 한 번 ‘도전한국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2014년 7월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협회가 주최하는 제8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에 참가하여 서양악기 독주 부문 최우수상 수상을 계기로 현재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중앙회 홍보대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6월, 2016년 7월 세 차례 미국 LA혈액암 환자돕기 & 발달장애인돕기 기적의 콘서트에 특별게스트로 초대받아 공연을 하고, 미국 LA TVK24 와이드토크쇼 등에 출연하였습니다. 정식 음악 전공자도 아닌 장애인으로서 이루어 낸 도전의 결과들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지희에게 가슴 벅찼고 가장 소중한 무대는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폐막식 성화 소화 타임에 전 세계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멋지게 선보인 기타독주였고, 지희의 롤 모델인 세계적 기타리스트 정성하와 2016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축하공연을 콜라보로 연주한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생각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방송과 매체를 통해 소개되어 장애를 가진 수 많은 친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였고, 대학로 이음센터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홍보영상을 촬영하였으며,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지희를 알게 되신 현진식 영화감독님께서 지희가 음악을 통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뮤직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영화 촬영을 요청받아 2016년 2월부터 3년간 촬영을 하여 개봉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반가운 소식은 2019년 7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김지희의 첫 데뷔 싱글곡인 <엄마의 뒷모습>이 음원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창의력 발휘에 어려움이 있는 지희가 긴 시간 노력을 기울이며 완성한 곡으로 그 곡을 완성해 내는 과정이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에도 담겨 있습니다.

2018년 2월 성악가들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로 이태리 피렌체, 산마리노 공화국, 핀란드 등 유럽 3개국을 순회공연하였고, 2018년 3월 8일 KBS방송국 주관 평창동계문화패럴림픽 개막축제에서 KBS교향악단과 비발디 곡으로 협연을 하였습니다.

2018년 12월 10일부터 네팔 카투만두에서 열린 세계장애인국제 포럼(ACCAC)에서 장애예술인들과 함께 한국 대표로 참여하여 공연한 바 있고, 2019년 5월 7일 KBS 1TV 아침마당 화요초대석 어버이날 특집에 초대받아 멋진 공연과 토크쇼로 많은 시청자분들에게 감동을 전해 드렸습니다.

2018년부터 교육청 주관 교장 선생님 및 교감 선생님 연수 때 강사로 초청받아 <도전은 희망이다>라는 제목으로 희망을 전하는 기타리스트 김지희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하였고, 현재 전국유치원·초·중·고교 학생들과 교직원 및 학부모 연수에 초청받아 전국을 순회하며 학생들에게 <도전은 희망이다>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엄마의 간절한 소원

정말로 감사한 건 우리 지희가 진짜 행복해졌다는 것입니다. 무대에서 연주하고 청중을 만나고 박수를 받으며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줄 아는 예술인으로 새로운 도전에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세상을 향하여 감동과 용기로 울림을 전하는 따뜻한 감성의 기타리스트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지희는 엄마의 그늘과 창을 통하여 성장하여 예술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점점 힘이 없어집니다. 아니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곧 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 지희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면 장애 판정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아찔합니다. 엄마의 창 역할을 대신해 줄 제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 제도를 만들기 위하여 정부가 좀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우리가 안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땅의 많은 장애예술인들을 위하여 든든한 울타리와 창이 되어 주는 세상을 기대하며 오늘도 지희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합니다.

공연 모습. ⓒ김지희  

  공연 모습. ⓒ김지희  


 기타리스트 김지희

#주요 경력

2012년 전국장애 학생 음악콩쿨 고등부 관현악 부문 금상 수상 등 다수 최고상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폐막식 기타독주 2014년 도전한국인운동본부 주관 도전한국인상 수상 제8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 최우수상

2015년 (사)한국장애인문화협회 중앙회 홍보대사 2015~2016년 미국LA 혈액암환자돕기 미니콘서트 2회 개최 및 기적콘서트 2016~2018년 뮤직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 멀리> 촬영 2017년 KBS1TV <아침마당> 화요초대석 및 <사랑의 가족> 2회 등 다수 방송 출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출연 이태리, 산마리노 공화국, 핀란드 등 유럽 3개국 순회공연 평창문화패럴림픽 개막축제 공연 2019년 국회의정연수원 주관 2019장애인식개선교육 '도전은희망이다' 스토리텔링콘서트 싱글앨범 <엄마의 뒷모습> 출시 <나의 노래는 멀리 멀리> 개봉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 (klah1990@hanmail.net)

칼럼/한국장애예술인협회의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