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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대한 단상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273
2020-02-05 10:23:14

엘리베이터에 대한 단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1-31 17:06:43


거의 매일이다시피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에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은 제한되어 있다.

어릴 때에는 엄마 등에 업혀 잘 태워주지 않는 택시기사들이 미웠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딘가 혼자 나다니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다른 비장애 학생들과는 달리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어 다닐 수 없었다. 겨우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주말마다 다니는 교회 차량 정도.

교회를 열심히 다닐 생각은 없었다. 거기서도 난 단지 장애가 있는 학생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학교 외의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주일에는 교회를 나가야 했다. 여름에는 여름 성경학교와 수련회가 있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부시절에는 친구들이 밀어 주는 휠체어를 타고 학교 정문에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다닐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장애로 인한 이동의 불편함은 주변 사람에 의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좋지 않은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어릴 때 엄마 등에 업혀 택시를 타고 학교 소풍이든, 병원이든 갔을 때조차 그렇게 나쁜 기억은 없다.

소풍을 가면 같이 공부하는 같은 장애를 가진,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고, 병원에는 일하러 나가시는 엄마 품을 나 혼자 차지할 수 있었으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다만 빈차로 지나치는 택시 때문에 어머니가 속상해 하셨던 건 좀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뭔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갈 수 있음에 좋은 기억이다.

학교 다닐 때에는 전동휠체어가 없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남들 10분이면 갈 학교를 1시간을 목발로 걸어 다녔으니,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원망, 눈이 오면 눈이 온다고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내 마음껏 다닐 수 없다는 사실에 자주 마음이 상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도서관도 가고,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다과를 나누며 풀어낼 수 있었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괴팍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은 종종 자신들이 모이는 장소나 스터디 모임에 불러 주었으나 쉽게 가겠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그 모임에 참석할 경우 계단이 없는 장소에서 모여야 하고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모두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후회가 밀려온다. 난 좀 더 부딛혀서 사람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느끼고 여러 어려움을 겪어 봐야 했을 필요가 있었다. 그 때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나의 양보로 다른 사람이 덜 힘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의 20대를 힘들게 한 상념이었는지 모른다.

요즈음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한다. 소원에 마지않던 전동휠체어를 구입하고 소원에 마지않던 서울에서 일하며 공부도 하고 있음에도 옛날에 비해 그렇게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장애인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의 시선 역시 예전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

장애인으로의 삶에 아직도 나는 적응 중이다. 가장 적응이 어려운 것은 지하철 역사에서의 엘리베이터 이용이다. 요즈음은 어르신이나 관광객들의 이용이 많아 엘리베이터 이용 시 줄을 서야 한다. 그럴 때면 새치기를 하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내가 거기 없는, 보이지 않는 사람인양 앞에 서신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할 때에도 전동휠체어의 부피가 커서 사람을 많이 못 실어 나르는 것에 대해 걱정하신다.

작년에 프랑스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도시 곳곳을 다니다 작은 박물관을 발견하여 들어갔다. 박물관 내부에도 장애인 및 이동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인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의 노인들은 한 분도 사용하지 않고 천천히 계단을 이용하셨고 엘리베이터는 수동, 전동휠체어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였다.

“론리 플레닛”에서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도시 3위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선정하였다. 외롭고 성마른 도시에서 전동휠체어로 어딘가로 이동하기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다. 어르신들은 엘리베이터를 붙들기 위해 절뚝이며 뛰어 휠체어 앞을 가로 막고, 전동휠체어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더 탈 수 없음을 책망하신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인지 누군가 내게 알려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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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효주 (fm2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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