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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피선거권도 보장하라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조회수:384
2020-04-17 17:44:23

장애인의 피선거권도 보장하라


선거권 완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피선거권도 보장받을 때 완전해 질 수 있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4-17 09:52:06

00초등학교 투표소 입구의 계단. ⓒ배융호  

  00초등학교 투표소 입구의 계단. ⓒ배융호

 민주주의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는 참정권이다. 참정권을 가지게 되었을 때, 비로소 시민으로서의 권리는 완성이 된다. 장애인에게도 참정권은 매우 중요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 외국인, 여성과 노예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으며, 인종차별이 있었던 미국에서는 1960년대 초까지도 백인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독립국가에서 여성의 선거권이 보장된 것도 1893년 뉴질랜드가 최초이다. 참정권이 이렇게 제한된 이유는 바로 참정권은 곧 시민권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그리고 인종차별이 있던 미국에서도, 그리고 20세기 초의 많은 국가에서도 노예, 백인이 아닌 사람들, 여성은 시민이 아니었다.

참정권은 단순히 정치 대표자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참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 사회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린다는 의미이다. 참정권은 투표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할 수 있는 선거권과 공직자 후보로 나서서 투표를 받을 수 있는 피선거권으로 나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누려야 비로소 완전한 참정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는 선거권을 누리는 것마저 쉽지 않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가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현장투표 의료 지원 거부,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지침 삭제 등 여전히 장애인은 선거권을 거부당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여전히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지난 4월 15일에 투표를 하러 갔다가 투표소의 편의시설과 안내 미비로 투표를 못할 뻔 했다. 집 가까운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입구에는 계단만 있었으며, 투표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건물 왼편으로 20m를 이동하여 경사로를 올라가 다른 입구로 들어가 복도를 지나 다시 투표소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다른 출입구 문이 잠겨 있었고, 투표소의 안내인에게 문의했지만, 잘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항의하자 겨우 초등학교의 관리인을 불러 주었고, 잠겨 있던 문을 열어주어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투표소의 편의시설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안내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경사로와 연결된 출입문을 열어두어야 했으며, 투표 참관인을 비롯한 안내인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하고 장애인을 안내하도록 해야 했다.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피선거권은 더욱 문제가 많다. 선거철이 되면 장애계는 각 당의 장애 관련 공약을 검증하는 공약 검증과 몇 명의 장애인이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들어갔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공약 검증이 선거권의 문제라면, 비례대표 후보는 피선거권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5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공무담임권은 피선거권을 의미하며, 국가기관에 취임할 수 있는 권리로서, 여기에는 행정부, 사법부 뿐 아니라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까지도 포함한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공직선거법에서 정하는 절차와 자격 안에서 국회의원, 지방의원에 선출될 권리를 가진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참정권)는 장애인의 선거권, 피선거권, 청원권을 포함한 참정권을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1항),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장애인권리협약) 제29조(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에서도 장애인이 투표하고 선출될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직접 또는 자유롭게 선택한 대표를 통하여 정치 및 공적생활에 효과적이고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가항), 장애인이 차별 없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공적 활동 수행에 효과적이고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국가의 공적·정치적 활동 등 장애인의 공적 활동에의 참여를 장려할 것(나항)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선거권, 피선거권, 청원권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선거권 뿐 아니라 피선거권도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장애인권리협약은 더 나아가 장애인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참여를 장려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장애인이 시민으로서의 권리인 참정권을 완전히 행사하기 위해서는 선거권 뿐 아니라 피선거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피선거권을 차별하지 않는데서 그치지 말고 장애인이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

그것은 장애인이 보다 더 많이 정치 및 공적 활동에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 후보로 나가고 선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각 정당에게 장려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보면, 인권위원의 구성을 다룬 제5조(위원회의 구성) 제7항에서 위원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여 양성평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것은 남성 또는 여성 위원이 전체 위원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실천함과 동시에 여성위원의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장애 차별 시정 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조차 장애 위원의 비율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이 더 많이 정치 및 공적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장려해야 한다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에서 본다면,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장애 위원에 대한 비율이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권위원의 구성에 모든 소수자의 비율을 명시할 수는 없으며, 소수자 중에서 장애만 명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음과 같이 반론할 수 있다.

첫째, 장애 위원이 필요한 이유는 장애인이 소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장애차별시정기관이기 때문이고, 둘째,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시정위원회 안에 장애차별을 판단하는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장애차별시정소위원회의 위원장이 될 수 있는 상임위원 가운데 장애 위원이 1명 이상 포함되어야 장애인지적 관점에서 장애 차별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며, 셋째, 유엔의 인권 협약인 장애인권리협약의 권고 사항인 정치 및 공적 활동에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장려를 해야 한다는 책무를 우리나라의 인권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일 먼저 앞장서서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피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장려의 책무는 정당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각 정당은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비례대표라면 당선권 안에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지금처럼 각 정당에서 장애인 후보를 비례대표에 뽑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이 장애인 후보를 찾아 나서게 될 것이며, 지금보다 더 많은 장애인이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후보자 기탁금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여야 한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56조(기탁금)에 의하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1500만원, 시·도의회 선거는 300만원, 자치구 시·군의 장 선거는 1000만원, 자치구 시·군의원 선거는 200만원의 기탁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물론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 전액을,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기탁금의 50%를 돌려주도록 하고 있지만(공직선거법 제57조), 당장 기탁금을 내야 하는 것이 장애인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의 정치 및 공적 활동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이 기탁금에 대한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의 참정권은 아직도 출발선에 있다. 장애인은 아직 완전한 시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선거권조차 완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피선거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장애인의 참정권은 선거권과 동일하게 피선거권도 보장받을 때 완전해 질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장애인은 진정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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